주식 나누기 액면분할

최근 카카오의 주가가 무섭게 오르면서 어느새 네이버를 제치고 시가총액 3위에 등극했습니다. 시가총액 1, 2위가 각각 삼성전자와 하이닉스인 점을 감안하면, 카카오도 이제 '국민주식'이 된 셈인데요. 카카오의 주가는 4월 15일 카카오가 주식을 쪼개는 '액면분할'을 단행한 후 30% 가까이 올랐습니다. SK텔레콤도 얼마 전 이사회에서 액면분할을 결의했는데요. 오늘은 주로 주가가 비싸진 기업들이 단행하는 '액면분할'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액면분할이 뭐지?
액면분할이란 주식을 여러 개로 쪼개 주식 한 주의 가격을 떨어뜨리고, 주식 수는 늘리는 것을 뜻합니다. 가령, 증시에서 거래되는 주식 한 주의 가격이 300만원이라면, 이를 100주로 쪼개 주 당 가격을 3만원으로 만드는 것이죠. 액면분할은 주로 주가가 매우 높은 기업들이 단행하는데요. 주식 가격이 너무 높으면 시장에서 거래가 활발히 이뤄지지 못하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의 거래가 활성화될 수 있도록 주식을 쪼개 가격을 낮추는 것입니다. 가령, 2018년 삼성전자가 액면분할을 단행하기 이전 주가는 200만원대 후반이었죠. 액면분할을 단행한 후 주가가 5만원대로 내려가자 거래량이 2배 수준으로 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왜 주식을 쪼개는 것이 '액면'분할인 것일까요? 사실 지금은 주식이 모두 전자증권으로 거래되기에 익숙치 않으신 분이 많겠지만, 주식은 주식회사가 설립될 때 결정되는 액면가를 가지고 있습니다. 가령, 창업자들이 자본금 500만원을 출자해 회사를 만들고, 주식을 1만주 발행하기로 한다면 주당 액면가는 500원이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회사가 증권시장에 상장돼 주식이 시장에서 거래되기 시작하면 보통 액면가를 훌쩍 뛰어넘는 가격에 거래되게 되죠. 삼성전자의 액면가는 100원인데, 시장에서는 8만원 가까운 가격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액면분할을 하게 되면 먼저 주식의 액면가액을 분할하게 되는데요. 액면가가 500원인 주식을 100주로 분할하면 주당 액면가는 5원이 되겠고, 만약 이 주식이 증시에서 거래될 경우 시가 역시 1/100로 쪼개지게 되는 것입니다.

액면분할하면 주가는 무조건 오를까?
그렇다면 액면분할을 하게 되면 주가에는 어떤 일이 발생할까요? 일반적으로 주식을 여러 개로 쪼개 주가를 낮추면 보다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살 수 있게 돼 주가가 올라갈 수 있습니다. 카카오는 4월 15일 액면분할을 하기 전 주가가 55만원대에 이르렀는데요. 주식이 1/5로 쪼개지자 개인투자자들의 매수도 크게 늘어 주가가 30%가까이 상승했습니다. 카카오의 경쟁자인 네이버의 주가가 2달간 거의 제자리 걸음을 한 것을 감안하면, 액면분할이 주가 상승의 모멘텀이 됐다는 의견도 꽤나 일리가 있어보입니다.

하지만 액면분할을 한다고 주가가 항상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액면분할을 단행하자 거래량이 크게 늘었지만, 주가는 3개월간 13%가량 하락했습니다. 물론 당시의 주가 하락은 실적 전망이 악화된 탓이 크지만, 액면분할이 곧장 주가상승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하나의 예시가 됐죠. 네이버 역시 2018년 말 1/5로 액면분할을 단행했지만 이후 3개월 간 주가가 8%가량 내렸습니다. 액면분할의 경우 증자처럼 기업의 재무구조와 기업가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는 않지만, 주식의 소유를 분산시켜 오히려 주가가 오르는 모멘텀을 만들어내기 어렵다는 분석도 있죠.

카카오와 SKT
앞서 카카오가 액면분할을 단행한 이후 주가가 30% 이상 올랐다고 했는데요. 이런 상승세는 자회사 성장과 액면분할의 시너지 때문으로 보입니다. 카카오는 카카오게임즈, 엔터 등 다양한 자회사를 갖고 있는데, 코로나19 이후 자회사들의 가치가 높게 평가받게 됐습니다. 그런 와중에 액면분할로 개인투자자들의 주식 구매가 쉬워져 주가가 가파르게 오른 것이죠. 카카오에 이어 SKT도 곧 액면분할에 나서는데요. SKT는 얼마 전 통신사업부문과 신사업부문을 분리하는 인적분할을 단행한다고 밝혔는데요. 이와 동시에 현재 32만원 수준인 주식을 1/5로 액면분할해 투자자들의 접근성을 높인다는 계획을 밝혔습니다. 과연, SKT도 액면분할 이후 카카오와 같은 상승세를 보여줄 수 있을까요?

※ 보통 미국의 경우 주가가 100달러를 넘어가면 주당 가격이 100달러 수준이 되도록 액면분할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우리나라에서도 코로나19 이후 주가가 많이 오른 기업들을 중심으로 액면분할이 활발히 이뤄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