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주식시장
증시의 '5월 조정설'이 현실화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인플레이션 우려에 전 세계적으로 주가가 출렁이는 모습을 보였는데요. 경기가 완연한 회복 국면에 들어서면서 전반적인 물가 수준이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주 우리 증시에서 6조원이 넘는 주식을 순매도했고, 주가 하락을 예상하며 공매도와 '곱버스' 매수에 나섰는데요.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주식들이 큰 낙폭을 보였습니다. 오늘은 주식시장이 어떤 흐름을 보이고 있고 왜 불안한지 정리해보겠습니다.
커지는 인플레이션 우려
주식시장이 요동치는 이유로 '인플레이션 우려'가 꼽히고 있습니다. 인플레이션이란 경기 전반의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을 이야기하는데요. 물가가 상승하는 것은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늘면서 경기가 회복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기업의 현재가치를 낮추고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주식시장에는 부정적인 신호로 작용하기도 합니다.
기업가치 부담: 주식가격은 기업이 가져올 미래의 이익에 크게 의존하는데, 물가가 상승할 경우 기업의 실질적인 미래 이익이 쪼그라들게 됩니다. 가령, 올해 1000억원을 번 기업이 내년에 1200억원을 벌게 되더라도, 물가가 20% 상승해버리면 실질적으로는 1000억원을 번 것과 마찬가지가 되죠. 최근 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기에 기업의 주식 가치도 조정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기준금리 인상: 그런데 물가가 상승하면 중앙은행이 가만있지 않겠죠. 인플레이션이 커지면 제품가격이 전반적으로 올라 국민 생활에 부담이 가중됩니다. 이미 각국 중앙은행은 코로나 위기 대응을 위해 천문학적인 돈을 풀어왔기에,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커질 경우 중앙은행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수 있습니다. 기준금리가 오르면 시중에 풀리는 돈(현금)이 줄어 주식시장에서도 돈이 빠져나가게 되고, 주가는 내리게 됩니다.
인플레이션 우려는 왜 커졌을까?
그렇다면 인플레이션 우려는 왜 커진 것일까요?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경기부양책입니다. 작년 초 코로나 확산으로 기업들의 신용경색이 우려되면서 각국의 정부와 중앙은행은 천문학적인 돈을 풀었습니다. 기업들이 대금을 갚지 못해 도산하는 상황을 막기 위해 돈을 적극적으로 풀어 대출해준 것이죠. 여기에 각종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면서 시중에도 많은 돈이 풀렸고, 이 돈은 주식시장을 포함해 가상화폐, 부동산 등의 자산시장으로 흘러 들어갔습니다. 그 결과 전반적인 자산 가격이 크게 올랐죠. 하지만 이제 백신이 보급되고 경제가 회복될 기미가 보이자, 넘치도록 풀린 돈이 화폐 가치를 떨어뜨리고 물가를 상승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이죠.
일시적인 현상일까, 위험의 전조일까
실제로 경기가 회복되면서 물가가 상승할 기미가 보이고 있는데요. 4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는 전월 대비 0.8%, 전년 동기대비 4.2% 급등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뛰어넘었습니다. 4월 중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도 전년 동기 대비 6.8% 급등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이런 상황에서 워렌 버핏과 레이 달리오 등 월가의 유명 투자자들은 이미 인플레가 상당한 수준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반면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준(FED)은 인플레는 회복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며 우려할 수준은 아니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만약 인플레가 상당한 수준에 와있다면 주가는 계속해서 내릴 가능성이 크고, 일시적인 현상이라면 잠깐의 조정 후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크겠죠.
이제 곧 중국의 각종 경제지표도 발표되고, 연준 부의장의 연설과 연준의 4월 FOMC 회의록 공개도 있을 예정인데요. 중국의 경제지표가 어떻게 나오느냐, 그리고 인플레에 대한 연준의 입장이 어떠냐에 따라 증시도 출렁임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일각에서는 지금처럼 변동성이 강한 장세에서는 기술주나 성장주보다 금융주나 경기민감주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하는데요. 이번 한 주가 앞으로의 증시 방향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