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증권거래소
베이징 증권거래소 두둥등장
베이징 증권거래소가 지난 15일 개장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이 설립 구상을 밝힌 지 약 2개월 만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 9월 개최된 중국국제서비스무역교역회(CIFTIS) 개막식 축사에서 베이징 증권거래소 설립 계획을 발표했는데요. 베이징 증권거래소는 상하이와 선전에 이어 중국 내 3번째로 설립된 증권거래소로, 총 81개 상장기업에 대한 주식 거래를 시작했습니다.
유망주만 골라담은 베이징 증권거래소
중국의 증권시장 구조는 크게 상장기업들의 주식을 거래하는 장내시장과 비상장기업들의 주식을 거래하는 장외시장으로 구분됩니다. 그중에서도 장외시장은 중소기업 전용 공개시장인 신삼판(新三板)과 비공개 사모시장인 지역지분거래시장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신삼판 시장은 하이테크 기업 및 벤처/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지역지분거래시장은 특정 지역 내 위치한 기업에게 지분∙채권의 양도 및 융자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조성된 시장입니다.
베이징 증권거래소는 이 중에서도 신삼판의 우수 기업을 분리해 설립되었습니다. 신삼판에 등록된 기업들은 중요도에 따라 기초층, 혁신층과 핵심층 총 3가지 단계로 구분되어 거래가 진행됩니다. 중국은 가장 높은 단계인 핵심층 71개 기업과 중간 단계인 혁신층에 등록된 기업 중 우수한 10개 기업을 선정해 베이징 증권거래소에 새로 상장시켰습니다.
나는 남들과는 달라
베이징 증권거래소는 중소기업들의 상장 문턱을 대폭 낮추며 차별화된 모습을 보였습니다. 기존 상하이와 선전증권거래소에서 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운영되는 과학혁신판과 창업판은 예상 시장가치가 10억위안, 우리 돈으로 약 1,850억이 넘는 기업들만 상장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 베이징 증권거래소는 상장 요건을 2억위안으로 낮추면서 규모가 작더라도 기술력과 사업성이 높은 기업들이 거래소에 상장해 자금을 조달받을 수 있도록 했습니다.
나아가 베이징 증권거래소는 일일 가격 등락폭을 30%로 설정하며 기존 거래소들보다 변동가능폭을 더 넓게 설정했습니다. 다만 베이징 증시는 등락폭을 크게 확대한 만큼, 투자자를 보호하고 중소기업들에 보다 안정적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주식 투자 경력이 2년 이상, 주식계좌 20일 평균 잔액이 50만 위안 이상인 사람만 투자할 수 있도록 제한했습니다.
홀로서기에 나서는 중국
이번 베이징 증권거래소 설립은 시진핑 주석의 '공동부유'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보입니다.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주식 거래를 활성화해 대기업으로 쏠리는 자본의 흐름을 분산시키고, 자본시장의 불균형을 해소하겠다는 것이죠. 반면 일각에서는 이번 베이징 증권거래소의 설립이 중국 정부가 독자적인 자본 공급망을 형성해 유망한 중소기업들의 해외 유출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바라보기도 합니다.
최근 중국 당국은 자국 기업들이 미국을 비롯한 외국 자본으로부터 탈피하고 기술 자립을 달성할 수 있도록 힘쓰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미 기업의 해외 상장에 앞서 안보심사를 의무화하는 등 뛰어난 기술력을 보유한 자국 기업들을 중국 내에 묶어두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안보심사를 홍콩 증시 상장 단계에도 적용하면서 자국 기업에 대한 통제력을 지속해서 강화해나갈 전망입니다.
※ 최근 중국의 대표적인 스마트폰 기업인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로 인해 또다시 극심한 타격을 입었습니다. 중국과 미국 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중국의 '탈(脫)미국'을 위한 움직임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