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소시대
최근 현대차와 SK, 포스코를 비롯해 GS, 효성 같은 대기업들이 줄줄이 수소 사업 진출을 선언하고 있습니다. 수소는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를 발생시키지 않아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히고 있는데요. 오늘은 수소 에너지와 우리 기업들의 수소 사업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왜 수소일까?
수소는 잘만 관리된다면 매우 안전하고 효율적인 에너지입니다. 간혹 수소폭탄을 생각하며 안전을 우려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수소폭탄에 쓰이는 이중수소와 삼중수소는 원자폭탄급의 고열이 공급되지 않는 이상 생성되지 않습니다.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수소는 물에서 분리해낼 수 있는 일반적인 수소 분자인데요. 단위 질량 당 에너지가 화석연료의 3~4배에 달해 에너지 효율이 매우 좋습니다. 그런 만큼 불도 잘 붙긴 하지만, 적절한 안전장치로 관리된다면 폭발 위험은 크지 않습니다. 게다가 수소는 화석연료와 달리 연소 시 공해물질을 전혀 발생시키지 않아 친환경적인 에너지원으로 꼽히고 있죠.
하지만 수소는 아직 생산 효율이 떨어져 에너지원으로 널리 쓰이지 못하고 있습니다. 수소는 석유를 정제하거나 철을 만들 때 나오는 부생수소 수집, 천연가스를 분해해 수소를 얻어내는 개질, 물을 전기로 분해해 수소를 얻는 전기분해의 방법으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부생수소는 양이 크지 않고, 개질은 분해과정에서 탄소가 배출되기에 전기분해가 유력한 방식으로 꼽히는데요. 전기분해의 경우 만들어진 수소로 다시 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적이지만, 비용이 가장 많이 들어 널리 확산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기업들은 최근 효율적인 부생수소 수집, 전기분해 기술을 개발해 이런 단점을 극복하려 하고 있습니다.
정부와 대기업이 함께 미는 수소
우리 정부는 세계적으로 에너지 전환이 빨라짐에 따라 수소를 우리나라의 '미래 먹거리'로 삼고 있는데요. 2019년에는 수소경제 로드랩을 제시하고, 2020년에는 수소경제 관련 법률을 공포하며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습니다. 올해 2월에는 제3차 수소경제위원회를 열고 민간투자 계획과 정부 지원 방안을 논의했는데요. 여기서 현대차(11조), SK(18조), 포스코(10조) 등의 대기업들이 2030년까지 43조원을 수소경제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정부와 대기업들이 수소경제 시장에 적극 나서는 것은 대부분의 선진국들이 작년 말 '넷제로' 선언을 발표했기 때문입니다. 넷제로란 탄소배출량을 0으로 줄이는 것으로, 선진국들은 2050년까지 이 목표를 달성했다고 선언했는데요. 이를 위해서는 언젠가 화석연료의 사용을 중단해야만 하고, 그 경우 유력한 대체 에너지원인 수소 시장이 확대될 것이라는 계산입니다. 특히 수소 사업에 나서는 기업들은 대체로 자동차 제조업, 철강업, 석유화학 산업 등 에너지 전환의 영향을 많이 받는 사업을 영위하고 있죠.
43조 붓고 수소경제 드라이브
그렇다면 현대차와 SK, 포스코는 어떤 이유에서 수소 사업을 적극 추진하는 것일까요?
현대차: 미래 모빌리티 사업에 ‘올인’하겠다고 밝힌 현대차는 수소전기차도 생산하고 있습니다. 수소 전기차는 기존 전기차보다 충전 속도가 더 빠르고, 주행 거리도 더 길어 ‘궁극의 친환경 자동차’라고도 불리는데요. 하지만 수소 전기차가 광범위하게 보급되기 위해서는 수소 충전을 위한 인프라와 수소 저장 기술이 충분히 갖춰져 있어야 하기에, 현대차는 기업 차원에서 수소 사업을 육성하는 것입니다.
SK: SK는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석유화학 기업입니다. 그래서 SK는 인천에 있는 석유화학 공장에서 부생수소를 쉽게 얻을 수 있다는 이점이 있죠. SK는 18조원의 투자금을 수소를 액체화해 운송효율을 높인 ‘액화수소’ 공장 건설과 연료전지 발전소 구축에 사용한다는 계획입니다. 수소 사업을 위해 SK는 올해 초 미국의 수소 기업 ‘플러그파워’의 지분 10%를 1조 8천억원에 인수하기도 했죠.
포스코: 포스코도 SK와 마찬가지로 철강 제조공정에서 부생수소를 쉽게 얻을 수 있습니다. 포스코는 10조원의 투자금을 수소를 활용해 철을 생산하는 ‘수소환원제철’ 기술 개발하는 데 쓸 예정입니다. 원래 철광석에서 철을 생산할 때 석탄을 사용해 산소를 분리해왔는데, 석탄 대신 수소를 써서 탄소 발생을 줄인다는 것이죠. 포스코는 최근 수소 기술을 가진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을 검토 중이라고 합니다.
태양광 사업을 이끄는 한화도 태양광을 통해 생산한 전기로 물을 전기 분해해 수소를 생산하는 기술 개발에 착수했고, 효성도 독일의 린데그룹과 함께 2023년까지 울산에 초대형 액화수소 공장을 건설한다고 하는데요. 2030년부터는 석유 수요가 정점을 찍고 감소할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2050년 즈음이면 수소경제 시장 규모는 무려 2,500조원에 육박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왔다고 하죠. 과연, 수소는 화석연료를 조금씩 대체해갈 수 있을까요?
※ JAY수소는 연료전지를 통해 차량이나 기계에서 에너지원으로 사용됩니다. 수소 에너지를 전기 에너지로 바꿀 때 물이 생성되는데, 이 물은 마실 수 있을 정도로 깨끗하다고 하죠. 과연 수소는 공해없는 사회를 만들 수 있을까요?